STX조선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성동조선과 SPP조선의 회생 절차가 흔들리면서 부산·경남지역 중소 협력업체들 사이에 '도미노 도산'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STX조선 협력업체 대부분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 데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기관들이 돈줄 죄기에 나서면서 심각한 자금 경색에 빠지는 등 조선기자재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29일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 관련 업체들을 대상으로 예상 납품 피해액을 조사한 결과 STX조선과 직간접으로 관계된 중소 협력업체의 연간 평균 거래금액은 1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조선사 측이 이들 업체에 분기 단위로 매출채권(납품대금)을 결제해주고 있어, 법정관리로 회수 불능 상태에 빠지는 납품대금 규모는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449개에 이르는 지역 조선기자재 협력업체들은 성동 및 SPP조선에도 STX조선과 비슷한 규모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STX조선 협력업체는 사내 72개 사를 포함해 모두 270여 개 사에 달하고, 거래 비중이 큰 1차 협력업체의 절반이 녹산산단을 중심으로 부산에 몰려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70억 원까지 STX조선으로부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어음 형태로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수금이 발생하면 직원 월급 등 당장 회사 운영자금 지급이 막혀 현금 유동성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고, 특히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결국 부도 처리된다.
중소업체 입장에서 어음 수십억 원이 펑크 나면 버텨낼 재간이 없다. 지역 조선기자재업체 B사 대표는 "2013년 STX조선의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부터 납품 단가가 20~30% 깎이면서 사실상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자금 압박에 시달려 한 푼의 운전자금이 아쉬운 상황에서 당장 20억, 30억 원 구멍이 나면 쓰러지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금융사의 대출 만기 연장 및 대출 거부 움직임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금융권이 자신들만 살기에 바빠서 '비 올 때 우산 뺏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지역 조선기자재업계는 "협력업체들의 채권 동결이 불가피해 연쇄 도산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납품대금 지급 보증과 긴급 운영자금 지원 등 대책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